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세계 각국이 디지털 농업으로의 전환을 서두르며 데이터 관리가 가능한 농업기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반해 아직 우리나라 농업기계의 경우에는 본기와 작업기의 데이터 통신에 필요한 ISOBUS 표준화조차 이뤄지고 있지 않은 실정으로 인프라 조성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농업기계 선진국인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농기계 수출입 시 본기와 작업기 간의 ISOBUS 탑재를 의무화하는 인증제도를 마련하는 등 무역규제에 나서고 있어 농기계 수출을 확대해야 하는 우리 농기계산업 구조를 고려할 때 ISOBUS 기반구축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이에 본지는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과 함께 어떻게 하면 국가차원의 ISOBUS 구축 및 표준화를 마련할 수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지난 5일 한국농기계글로벌센터 바이어지원센터에서 정책좌담회를 공동개최했다. 주요 내용들을 살펴본다.

“ISOBUS 대응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

◆정상진 발행인 : 지구온난화 및 이상기후로 세계농업은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농업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 관리가 가능한 농업기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ISOBUS는 본기와 작업기의 데이터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통신 프로토콜로, 이미 선진 농업국을 중심으로 표준화가 마련되어 일선 농업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다. 이에 더해 AEF 인증제도를 통해 ISOBUS를 탑재하지 않은 농기계의 수출입을 제한하는 등 무역규제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면 우리 농업기계의 ISOBUS 대응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오늘 이 자리는 데이터 농업의 핵심기술로 자리잡고 있는 ISOBUS 기반구축을 위해 무엇을 고민하면 좋은지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고 방향성을 탐색해 보는 자리이다.

◆김신길 이사장 : 세계 각국은 식량안보와 지속가능한 농업을 구현하기 위해 농업의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디지털농업의 핵심은 ‘데이터’이다. 이미 존디어(John Deere) 등 미국·유럽의 글로벌 농기계 기업들은 장기간에 걸친 데이터 수집·관리 및 분석을 통해 관련 농업기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농업기계도 본기와 작업기 간의 데이터 교환을 위한 통신 프로토콜인 ISOBUS 기술 개발을 철저히 준비해서 디지털농업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ISOBUS 기반구축을 통해 농업기계 제조업체들은 그동안 각 업체별로 개발·활용하던 것을 넘어, 표준화된 기술 개발로 품질경쟁력과 제품의 신뢰도를 확보함으로써 신기술 농기계의 현장 보급 확대 및 수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늘 정책좌담회에 참석한 각 분야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 글로벌 시장환경의 변화를 감안한 합리적이고 유연한 방안 모색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김용주 교수(주제발표1) : ISOBUS는 농업 및 임업장비의 전자장치를 연결하기 위한 개방형 통신 네트워크를 나타내는 산업 표준 프로토콜이다. ISOBUS의 주요 시스템은 표준(ISO-11783)을 기반으로 정의되고 있다. ISOBUS 기반 제어시스템은 다양한 트랙터 부착형 농작업기에 범용적으로 활용 가능하며, 국제 표준을 따르므로 해외 수출 기종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해외 주요 농기계 선진사들은 ISOBUS 기반의 ECU 및 HMI를 상용화해 대형트랙터 및 다양한 작업기에 적용하고 있다. 또한, 존디어, CNH, AGCO 등 유럽 및 미국 중심의 농기계회사들이 2008년 설립한 독립기관인 AEF는 유럽 및 미국 권역으로 수입되는 농기계에 대해서는 AEF 인증을 받도록 규제하고 있어 향후 우리나라 농기계 수출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국내 주요 농기계 제조사의 경우에는 트랙터에 디스플레이(HMI)를 장착하고 있지만 종래의 기계식 연결체계만을 이루고 있다. 향후 데이터 농업을 위해서는 트랙터에서 농작업기를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는 표준화된 기술 및 제품이 요구된다. 또한, AEF 인증제품이 전문해 인증센터 마련 등 인프라 구축이 요구된다.

◆남규철 부장(주제발표2) : 지능형 농작업기는 인공지능(AI)과 로봇기술을 활용해 농작업을 자동화하는 농업생산과 관련된 기술로 다양한 농업생산과정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는 기술로 정의할 수 있다. 유럽의 농기계시장은 전자화, 자동화, 디지털화로 흘러가고 있으며, 전 세계적인 식량수요 증대로 농기계산업은 지속적인 호황이 예상된다. 농기계 선진국인 유럽의 농기계 시장규모는 올해 471억달러로 추산되며, 2028년까지 554억달러에 달해 연평균 3.30%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면 국내 농작업기 업체의 경우에는 선진 농기계 제조업체와 비교해 영세성과 기술력 한계 등을 보이고 있어 지능형 농작업기 개발에 나서기 어려운 환경이다. 트랙터와 작업기의 데이터 통신기반 마련에 앞서 먼저 작업기의 디지털 요소를 발굴하고 농작업 모니터링을 통해 센싱과 데이터화를 선결한 후에 ISOBUS 탑재를 추진하는 방안이 좀 더 실현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농작업기의 디지털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농기계구입지원사업에 무인·자율주행·AI·로봇·방제 등 스마트농업장비에 대한 지원을 다각화하는 방안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며, ISOBUS 대응 전담기구 신설 및 시험인증 관련 창구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박주영 책임연구위원(주제발표3) : ISOBUS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CAN(Controller Area Network)시스템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CAN의 개발배경은 자동차에 점점 더 많은 전자장치가 구현되면서 수 많은 배선장치를 하나로 연결하기 위한 분산제어시스템을 마련하게 됐다. 1985년 Bosch社에서 차량 네트워크용으로 최초 개발했으며, 자동차 업계에 CAN 도입을 주도하면서 1993년 ISO 국제표준 규격이 제정됐다. CAN은 중요한 임베디드 프로토콜로 주로 자동차에 사용되지만 다른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ISOBUS는 CAN 2.0B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농업장비용 통신시스템으로 정의할 수 있다.

세계 농기계시장은 2017년 약 1285억달러에서 2027년에는 2060억달러로 연평균 5%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트랙터와 수확기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농기계 관련 국제표준화 기구에서의 입지가 열세로 표준화 관점에서 국가차원의 도움이 절실하다. 업체를 대신해 지속적인 국내외 표준화 참여와 표준기술 개발, 교육·컨설팅이 필요하다.

◆이중용 교수(주제발표4) : 올해 초 ISO(국제표준화기구)는 스마트파밍에 대해 전략자문위원회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농기계산업은 농업과 직결된 후방산업으로, 이 보고서에서는 농업의 디지털화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갈 수밖에 없는 확정된 미래로 이에 대한 준비를 표준입장에서 논하고 있다. 즉, 스마트파밍 보고서에서는 데이터의 상호운용성 확보를 시급하게 진단하고, 우선적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 데이터의 상호운용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지농업에서의 데이터 네트워크인 ISO11783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농업의 데이터 네트워크는 농기계의 데이터 통신이 요구되며, 농작업기계의 ICT융합이 필수적이다.

농업의 디지털화, 농기계의 스마트화는 현실이며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따라서 농기계 산업의 발전전략에서 국제표준에 대응하는 전략수립과 지원이 요구된다. 또한, ISO11783을 만족하는 트랙터 없이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우회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정책지원 뒤따라야”

◆김완수 교수(패널발표1) : 국내 농기계 제조사들의 ISOBUS 적용을 통해 해외 수출시장 장벽에 대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지속적인 수출 활성화가 가능하며, 제조사별 작업기 통신호환을 통해 농기계-작업기 구입 비용 경감 과 상호운용성으로 다양한 디지털농업 구현을 위한 기반 기술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남주석 교수(패널발표2) : 레벨 3 수준의 자율작업 트랙터 출시를 앞두고 있는 국내 기업들도 ISOBUS 기반 통신 표준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해외 선도기업들은 이미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ISOBUS를 기반으로 한 통신 표준화를 상당 부분 진행하였으므로 ISOBUS가 아닌 배타적인 자체 통신 프로토콜을 사용한다면 향후 글로벌 스마트 농기계 시장에서 배제될 확률이 매우 높다. 글로벌 트렌드에 따른 농기계 개발로 국내외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ISOBUS 시스템 탑재는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이상봉 팀장(패널발표3) : John Deere, Case 社 등 국외 농기계 선진사들은 ISOBUS 기반의 ECU 등을 상용화하여 트랙터와 다양한 작업기에 적용하고 있다. 트랙터-부착작업기 간 통신 표준(ISO11783)을 적용한 ECU 개발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며, 자율농작업을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농작업기에서 데이터를 취득하고, 제어하는 기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한태호 팀장(패널발표4) : ISOBUS기술에 대한 혜택과 이점이 비단 해외 농업인만을 위한 기술표준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종사하는 농업인도 첨단 농업의 기술에 대한 이점과 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으며, 해당 기술을 이용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수입농기계를 구매해야 하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 SOBUS 없이 트랙터를 활용한 스마트농업 또한 존재하기 어려움을 인지하고 스마트 농업 구현을 위해 정부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산·학·연의 깊은 관심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상준 본부장(패널발표5) : 국내 주요 농기계 및 작업기 제조사들은 중소형 트랙터 및 작업기(주로 로더, 백호, 모어 등)로 미국 중심으로 수출이 진행되었으며, 향후 유럽 및 북미 중심으로 중대형 트랙터로 수출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유럽 및 북미로 중대형 트랙터의 수출 활성화를 위해 ISOBUS는 필수 요소이다. 따라서 우리 내수시장을 보호하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ISOBUS 적용이 필요한 중대형 트랙터용 작업기 개발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장한기 소장(패널발표6) : 국내 기업의 주요 수출 모델은 소형과 중형이며, ISOBUS 연동 필요성이 높은 100마력 이상의 해외수출 비중은 현재까지는 높지 않다. 다만 고마력 제품 개발 및 수출 증가 추세에 따라 향후 ISOBUS 기능의 비중 또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ISOBUS 기능의 수요는 유럽과 북미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기술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유럽시장에 우선하여 대응이 필요하다.

◆정연기 소장(패널발표7) : 현재 국내에서 제조하는 트랙터에 ISOBUS가 적용되어 있어도 사용할 수 있는 작업기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트랙터의 경우에는 이미 판매되고 있는 ISOBUS 솔루션(VT-Virtual Terminal)을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예를 들어, ISOBUS가 적용되지 않는 트랙터를 사용하는 사용자가 KUHN社의 ISOBUS가 적용된 베일러를 사용한다고 가정한다면 KUHN社에서 제공하는 솔루션인 VT(Virtual Terminal)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VT는 다른 제조사의 작업기에도 대응이 되므로 현재 매우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권병수 연구소장(패널발표8) : 트랙터와 작업기에 대한 ISOBUS 탑재는 유럽과 미국에서 보급이 진행되고 있는 등 사실상 정보 인프라의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국내 농기업체도 ISOBUS에 대응할 수밖에 없으며, 국내 농기계 사용자의 상위 기능 요구에 따른 선택권의 확대와 국내 농기계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ISOBUS의 국제 표준에 대해 국가 정책의 방향성과 기반구축 등 향후 대응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방지윤 부사장(패널발표9) : 농기계산업은 전 세계 시장규모만으로도 큰 산업이며, 매년 성장률이 높은 미래 전략산업이다. 정부 차원에서 농산업 발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미래농업을 위해 꾸준한 투자와 산·학·관·연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국제경쟁력을 갖을 수 있도록 ISOBUS 기반구축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주길 기대해 본다.

◆하종우 대표(패널발표10) : 현재까지는 국내에 ISOBUS 관련 개발업체 부재로 자사에서 정밀제어 적용 필요성을 인식해 자체적으로 개발 중에 있다. ISOBUS 기술 수요가 높아지면 독일의 OSB社와 유사한 전문 H/W, S/W업체 육성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는 ISOBUS의 표준을 따르지 않는 어플리케이션 중심 소규모 개발 업체들이 전장관련 개발업무를 진행하고 있으나 전체적인 ISOBUS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업체가 육성되지 않을 경우, ISOBUS 보급이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된다. 또한, 해외에서 라이선스를 도입하는 방안은 수량대비 비용차이가 커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된다.

◆김병관 대표(패널발표11) : 축산작업기에 ISOBUS가 적용된다면 작업능률과 효률성 향상은 물론이고, 작업의 편의성과 안전성도 높아질 것이며, 작업자의 피로감을 줄이고 쾌적한 환경에서 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국내에서 트랙터 및 부착형 농작업기 등에 ISOBUS 표준기반의 제어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하여 수행 전문기관과 작업기 제작업체 및 트랙터 생산업체와의 협업체계 구축을 통하여 구체적인 상용화 로드맵 수립이 필요하다.

◆이영돈 주무관(패널발표12) : 국내 농기계산업은 우리 농업을 이끌어온 버팀목이다. 또한, 비약적인 수출확대로 농기계가 수출 효자품목으로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농기계산업 환경이 국내외적으로 어려움을 맞고 있다. 농기계의 디지털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기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지원해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적극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김용주 교수(좌장) : ISOBUS 기반구축은 우리 농기계산업의 경쟁력은 물론이고 우리 미래농업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요소이다. 또한,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농기계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오늘 논의된 내용들이 정책부서에 잘 전달되어 ISOBUS 기반구축을 위한 연구개발 지원, 전문인력 양성, 실증센터 도입, 인증기관 설립 등의 체계적이 지원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정리=신두산 기자>

신두산 기자  sds3766@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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