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미래농업의 중추, 농업로봇의 연구성과 및 과제

첨단농기계는 인력감소·농촌소멸화의 유일한 대안

◆농업용 로봇산업의 확산

로보택시는 택시기사 없이 100% 자율주행으로 승객을 목적지까지 이송하는 서비스다. 올 8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세계 최초로 도시 전역에서 로보택시의 연중무휴 24시간 유료 운영을 시작했으며, 중국도 지난 7월 베이징에서 로보택시 상용화 시범사업을 시작한 바 있다. 로보택시 뿐만이 아니라 안내로봇, 돌봄서비스 로봇, 배달로봇, 방역로봇 등 영화 속에서나 떠올렸던 로봇들은 오늘날 일상생활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로봇은 외부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하여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기계장치(소프트웨어 포함)이며, 의도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자율성을 가지고 동작하는 2축 이상의 프로그램이 가능한 구동기구를 지칭한다. 2022년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332억 달러(약 44조3000억원)에 달하며,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과 서비스 로봇(농업로봇이 포함되어 있음)의 수요 증가로 지난 5년간 연평균 17.4% 성장하여 2026년에는 741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요 제조업에서 큰 성장을 이루고 있는 산업용 로봇에 비해, 서비스 로봇은 현재 초기 단계이지만 향후 로봇 산업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용 로봇은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노동력 부족 문제의 해법 중 하나이며, 전세계 스타트업과 농업기계 장비업체들은 제초, 파종, 수확 등 다양한 농작업 분야에서 로봇 솔루션 개발에 힘쓰고 있다. 타 산업과 달리 농업용 로봇은 작업환경이 작업자 이외 타인에 대한 안전, 타 객체(주행체, 장애물 등)과의 사고 등에 간섭이 적다는 것이 개발에 유리한 점이라 할 수 있다. 2023년 전세계 농업 로봇시장은 67억 달러(약 7조7589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Agricultural Robotics Market 2022∼2032).

◆우리 농업환경 및 농업기계화의 필요성

우리나라는 농업·농촌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농업 경영 위기와 함께 농촌 지방 소멸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림어업조사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우리나라 농가수는 102만2000가구, 농가 인구는 216만6000명이다. 2012년과 비교해보면 농가 수는 11.2%, 농가인구는 25.6% 감소했다. 농가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율은 49.8%에 다다르고 있다. 또한, 최근 발표된 한국고용정보원자료에 따르면 2022년 현재 인구학적 쇠퇴 위험이 높은 ‘소멸고위험’ 지역 45개 기초지자체 중 44개가 농어촌 지역으로 볼 수 있는 ‘군’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내외 전방위적으로 농업여건이 악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농작업 기계화 및 무인화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다.

과거 경운, 정지 등의 농작업은 인력으로 충당하기에는 매우 힘들어 이를 대신 해 소, 말 등의 힘을 빌어 농기구를 사용하였다. 이후 농기계의 개발, 보급으로 현대 농업은 큰 진보를 이루었다. 경운기를 시작으로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등 논 농사에 있어서의 기계화율은 약 98%에 달하였고, 밭농사의 경우도 다양한 밭작물을 대상으로 기계화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기계화 보급율이 높아질수록 사용자의 편이성 또한 증대된다는 것은 이루어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높은 기계화율에도 불구하고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 여성화로 인한 인력감소는 농촌 소멸화라는 극단적인 양상까지 치닫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공학부에서는 첨단기술과 접목한 농업기계 자동화 및 로봇화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시설 방제로봇

▲토마토 수확로봇

▲바퀴형 제초로봇커

▲과원용 방제로봇

◆시설원예의 무인화·로봇화 성과

스마트 온실의 무인화를 위한 다양한 연구 중에는 생산량 예측 모니터링 로봇, 병해진단로봇, 방제로봇, 작업자 추종 운반로봇 및 수확로봇이 있다. 먼저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생산량 예측 모니터링 로봇은 스마트 온실 주행 로봇과 과실 영상분석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그네틱, 근접센서 등 다양한 센서가 장착된 로봇이 계획된 경로를 이동하면서 카메라를 이용해 과실의 영상정보를 수집한다. 인공지능 분석기술을 활용해 수집된 영상 속 과실에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전체 면적 대비 익은 면적의 비율을 계산한다. 이 과정을 통해 토마토인 경우 녹숙기, 변색기, 채색기, 도색기, 담적색기, 완숙기 등 6단계로 구분하여 수치화된 정보를 농업인에게 제공한다. 현장 테스트 결과, 토마토 인식 정확도는 약 94%, 익은 정도 측정 정확도는 약 98%, 그리고 종합 정확도는 약 92.1%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영상기반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웹기반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이용해 개발한 병해진단시스템으로, 토마토는 궤양병, 흰가루병 등 병해 5종, 딸기는 세균모무늬병, 탄저병 등 병해 6종을 판별할 수 있다. 현재 시스템의 판별 정확도는 토마토 94%, 딸기 93%이며, 향후 사람의 평균 인식률인 97%까지 기술이 고도화된다면 농가현장에서도 널리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스마트 온실 내 방제작업은 단순하고 반복적이며, 농약 살포시 인체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작업자 피로도 증가와 유해성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개발된 방제로봇은 300ℓ 약액통을 사용하며, 1회 0.33㏊ 면적을 방제할 수 있고, 8시간 이상 연속 운전이 가능하다. 또한, 고장 확률 0.1∼1% 미만의 제어 무결성 SIL2 등급(Safety Integrity Level, 안전 무결성 등급) 제어기를 적용해 고장이나 오작동을 줄였다. 방제로봇은 계획된 경로를 따라 자율주행할 수 있으며, 로봇의 앞뒤에 접촉 센서를 붙여 사람 또는 장애물이 감지되었을 때 비상 정지해 사람과 로봇을 보호할 수 있다. 0.33㏊ 면적 기준으로, 작업자 2인이 약 2.5∼3시간 걸렸던 작업을 방제로봇은 작업자 없이 약 1.5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 방제 로봇 개발로 단순하고 반복적이며 인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작업에서 작업자를 보호하고 작업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설내 농작업을 할 때 수확물을 비롯한 다양한 농자재를 운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작업자를 따라다니면서 농작업을 수행하는 작업자 추종 로봇을 현재 개발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모델을 통해 작업자의 하지부분을 인식하고, 로봇과 사람 사이의 3차원 거리를 측정해 일정거리를 두고 로봇이 사람을 따라가는 추종제어가 가능하다. 추종로봇의 적재 중량은 320㎏이며, 연속 작업시간은 10시간 이상, 작업자 하지 인식 정확도는 97%이며, 추종 정밀도는 ±3.5㎝이다. 인식 모듈 자동 실행 프로그램, 비상정지 스위치 및 안전 범퍼를 적용해 안전성 또한 확보하였다.

마지막으로 토마토를 대상으로 수확작업을 위한 로봇팔 및 로봇손(그리퍼) 제어 기술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과실 인식·수확 성공률은 88%이상이고, 작업자 대비 정확도는 90% 정도이다. 아직까지는 로봇의 수확속도가 더디나 향후 농민의 수확속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성능을 끌어올리는 것이 연구목표이다. 수확로봇은 사람과 다르게 24시간 가동할 수 있기 때문에 노동력 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첨단농기계 보급확대 위한 시·군 임대보급사업 중요

▲커넥티드 팜 개념도

◆노지농업을 위한 주율주행과 컨넥티드 팜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공학부에서는 자율주행과 결합한 다양한 첨단 농기계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오고 있다. 1999년에는 고정밀 자율항법장치(RTK-GNSS)와 영상,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주행 트랙터 기술을 개발하였으며, 기존의 농기계에 장착하여 활용할 수 있고, 농작업자나 장애물을 인식, 회피할 수 있는 기술까지도 구현한 바 있다. 하지만 개발 당시 RTK-GNSS 장치의 가격이 너무 비싸 산업화까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5년에는 논에서 자율주행하면서 조간 제초작업을 할 수 있는 벼농사용 제초로봇도 개발하였다. 2D 레이저 센서를 이용하여 모열과 지면의 높이차를 비교하여, 모를 밟지 않고 작물열을 오차 ±5㎝ 이내로 제초작업을 할 수 있는 기술이다.

2020년에는 고가의 고정밀 측위시스템을 대체할 인공지능을 접목한 영상 인식 기반의 트랙터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했다. 영상을 통해 얻은 경운·미경운 경계를 인식하고 이를 추종하면서 자율주행하는 기술로, 작업속도 3㎞/h로 주행 시 오차는 ±9.5㎝ 이내이며, 영상정보를 활용하기 때문에 장애물을 인식하거나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트랙터, 관리기, 이앙기 등 기존 승용형 농기계에 붙여 사용할 수 있는 승용형 농기계용 직진 자동조향장치를 개발하였다. 본 장치는 RTK-GNSS와 관성측정장치, 조향장치(전동 운전대), 사용자 인터페이스 장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용자가 시작점과 끝점을 입력하면 두 점을 연결한 직선을 기반으로 주행 경로가 생성되고, 이를 따라 트랙터가 직진 주행을 하게 된다. RTK-GNSS는 ±2㎝ 이내로 정확하게 위치를 측정해 설정한 경로를 따라 ±7㎝ 이내의 오차로 직진 자율주행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사람이 직접 운전할 수도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산업체에서 직진 자율주행을 도와주는 조향장치가 개발돼 보급되고 있으나, 이번에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공학부에서 개발한 기술은 사용자 조작이 더 편리하고, 듀얼 안테나를 사용해 저속에서도 높은 정밀도를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과수원의 경우 농작업시 농기계나 작업기의 전복사고, 농작업자의 유해성 농약 흡입 피해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업공학부에서는 과수방제시 농약 약해를 줄임과 동시에 적정시비를 통해 약제 사용량을 절감할 수 있는 과원용 방제로봇을 개발했다. LiDAR(Light Detection and Range)기술을 활용하여 멀리 떨어진 개체를 탐지하고 광원과 수신기를 사용해 거리를 측정하여 3차원 공간상에 점 형태로 표현한다. 이를 통해 과수 유무와 형상을 인식하여 선택적으로 약제를 살포함으로써, 관행 방제기에 비해 농약을 20∼30% 절약할 수 있다. 그리고 실시간 RTK-GNSS를 기반으로 사전경로를 설정해 횡편차 ±10㎝ 이내로 자율주행 가능하며, 불규칙한 노면에서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고, 좁은 선회구간에서 제자리 선회가 가능하다.

과수원에서 고역 작업인 제초와 운반작업의 편이성을 제공하기 위해 과수원용 제초로봇과 운반로봇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제초로봇의 경우 작업자는 원격조종기를 이용하여 작업할 대상 과원을 주행시키면서 RTK-GNSS를 통해 획득한 위치정보를 토대로 최적 경로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그런 다음 제초로봇은 정해진 경로를 따라 10㎝ 이내의 오차로 주행하며 작업을 하게 된다. 작업경로 상에 작업자나 수확상자 등 장애물이 있는 경우 제초로봇은 LiDAR나 영상장치로 이를 인식하여 장애물 1.5m 앞에서 주행을 멈춘 뒤 관련 정보를 작업자에게 제공한다. 이후 작업자가 장애물을 제거하면 다시 작업을 재개한다.

또한, RTK-GNSS를 활용하여 작업자가 이동한 경로를 추종하고, LiDAR 또는 카메라를 사용하여 작업자의 정확한 위치 파악, 장애물 인식 및 충돌 방지까지 가능한 운반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추종거리 오차는 1.5m 기준 ±15㎝이내이며, 장애물 인식 시 정지가 가능하고, 최대 400㎏까지 적재가 가능하며, 구동축 각도 조절을 통해 지상고 조절 또한 가능하다.

이후 개발한 첨단농기계 미치 농업로봇의 협업작업을 위한 V2V, V2X(Vehicle to Vehicle, Vehicle to Everything, 동종 또는 이종 장치 간 통신망을 기반으로 한 상호 정보공유 및 협력 관계) 간 협동 작업체계 구축 및 제어기술, 군집 주행기술 기반의 드론, 자율주행 첨단농기계 협동작업 시스템 등 동종·이기종 첨단농기계 간 협동작업을 위한 최적 연계·운용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첨단농기계 및 농업로봇에 적용 가능한 커넥티드 플랫폼 기반의 농작업 관리 네트워크 기술과 지능형 통합관제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첨단농기계 보급확대를 위한 연구과제

이렇게 개발된 첨단 농기계 및 농업로봇이 연구 개발에만 그친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개발된 기술을 상용화하여 농가에 보급 확산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첨단 농기계에 대한 농민들의 인식 및 관심 부족, 비싼 초기 가격, 인프라 및 설비 등의 부재로 인해 보급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용주체인 농민이 아닌 각 도 농업기술원이나 시군센터 내 전문가를 통한 임대 또는 보급사업을 통해 개발기술을 현장에 확산해야 한다. 이로써 첨단농기계 제조사로 하여금 최소한의 공급 물량을 확보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선순환적 보급 구조를 통해 제조업체를 비롯한 농민들도 쉽게 첨단농기계를 사용함으로써 첨단농기계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

또한, 첨단 농기계의 활용 방법이 사용자 편이에 맞춰져 아무리 단순하더라도 연구 개발 및 보급 초기에는 안전성, 작업환경 적용, 초기 작업 설정 등 관리 및 교육을 위한 인력이 필요하다. 이를 인력난을 겪고 있는 농기계 제조업체에 일임할 수만은 없다. 따라서 시·군 센터 내 전문요원을 육성해 농민 대상 교육을 하는 등 첨단농기계 활용을 극대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렇게 기초 인프라 구축, 농업과 로봇기술을 결합한 첨단농기계, 그리고 제조업체의 활성화를 기반으로 한 한국형 미래 농업 모델을 제시한다면, 새로운 시대 흐름에서 한국형 첨단 농기계 기술의 미래 비전과 핵심 기술로서 확실한 자리 매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로봇 기술과 접목한 첨단농기계 미래 전망

농업은 노동집약적 구조에서 점차 기술 집약적인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병해충 진단 및 작황 예측 등 의사결정시스템의 진화, 지속적인 기계화와 자동화 및 로봇화를 통해 첨단화되어 가고 있고,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농기계는 전동화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농기계업체에서도 이러한 상황에 발맞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생물과 공존하며 작업해야 하는 농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조속한 상용화는 아직은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최근 ICT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과 국내외 업체, 연구기관, 대학 등에서의 많은 연구개발 결과를 토대로 한 기술 변화는 첨단 농기계, 농업 로봇의 실용화 문제를 해결해 줄 중요한 열쇠라 할 수 있다. 머지 않은 미래에 첨단농기계, 농업 로봇이 스스로 농작업을 수행하는 무인 농업 시대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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