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와 국내 데이터 농업기술 격차 갈수록 심해져

◆데이터농업을 위한 인력양성의 필요성

데이터 농업기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예시를 살펴보자. 음악감상의 대표적 방법은 현장에서 직접 듣는 경우와 기록된 미디어를 이용한 경우일 것이다. 전자가 아날로그 방식이라면 후자는 디지털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아날로그 방식이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선 필연적으로 정보량 감소가 발생한다. 그런데도 디지털 방식의 상대적 편의성은 디지털 미디어의 폭발적 생산, 공급 및 확산을 가능하게 하였다. 음악과 같은 아날로그 데이터가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됨으로써 활용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비교를 농업 현장에 적용해보자. 효과적 작물 생산을 위해 농작물 성장 환경인 농경지의 건강상태 관찰은 필수적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한 농경지 안에 자연적으로 대소 차이가 존재할 수 있는 정보는 아날로그 데이터의 형태라 할 수 있다. 올바른 비료, 농약 투입 기준 결정을 위해 일정 면적 단위의 농경지 정보가 필요할 것이다. 즉, 디지털 형태로 변환된 데이터 획득을 통해 관행의 농업에서 이루기 어려웠던 다양한 첨단 농업기술 구현이 가능해질 수 있다. 디지털 데이터 농업기술 구현 및 확산을 위한 교육적, 정책적, 재정적 관심이 필요한 이유라 할 수 있다.

다소 시간이 지난 자료인, ‘농생명산업 바이오테크놀로지 융복합 R&D 클러스터 분석(2019.6.20. 발표)’ 보고서를 잠시 살펴보자. 2013∼2018년 동안 농촌진흥청에서 수행된 2795개 R&D 과제에 대하여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관련 여부를 정량화하여 발표하였다. 순서대로 총 57.7%, 30.9%, 42.1%의 비율로 관련성이 있으며, 연도별로 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빅데이터 관련 비율이 제일 높았으며 이러한 변화는 현시점에도 꾸준하다고 볼 수 있다. 첨단 농업기술 개발의 일익을 담당하는 농촌진흥청의 사례만 보더라도 데이터 기반 농업기술 개발은 현세대의 당면 과제일 것이다<표1 참조>.

정보공학적 관점에서 데이터에 대한 협의의 정의는 자료(data), 정보(information), 지식(knowledge), 지혜(wisdom)로 구성되는 체계의 요소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영아의 체온을 예로 들어보자. 측정한 체온 값이 자료이다. 자료와 영아의 건강 상태를 관련지을 수 있는 정보가 형성된다. 해당 정보에 상응하는 처방 지식이 도출되며 이러한 체계의 완성이 지혜의 형태로 구체화 된다. 농업현장은 표준화된 산업 제품과 달리 작물, 가축 개체별 변이를 고려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이를 위한 데이터 농업기술의 범위는 자료에 국한되기보다 자료, 정보, 지식, 지혜의 체계를 포괄적으로 포함한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한편 영아 체온 측정방법을 살펴보자. 익히 알려져 있듯 귀 내부 온도 측정방식이 대표적 방법 중 하나이다. 한 축산 전문 연구원의 말에 따르면 돼지의 경우 항문에 삽입하여 측정하는 방식이 가장 신뢰할 만하다고 한다. 데이터 생산을 위한 엄정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데이터 획득이 지혜로 완성되는 체계의 선결 요건이다. 따라서 신뢰성 있는 정량화 및 재연성이 우수한 기계적 요소가 필요하다. 도출된 결과를 현실 세계에 올바르게 반영할 수 있는 기계적 요소도 마찬가지다. 데이터 농업기술 구현을 위해선 기계적 요소에 대한 고려가 필수이다. 기계적 요소의 범위는 농기계를 중심으로 센서, 마이크로컨트롤러, 엑츄에이터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이들의 동작을 위한 소프트웨어적 요소까지 고려하면 매우 광범위하다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디지털 데이터 기반 농업기술 개발에는 여러 분야, 기술 간 융합 및 상응하는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데이터 농업기술 확산을 위한 인력에 요구되는 기술적, 학문적 수준이 높고 범위가 넓은 이유이다.

◆해외 데이터농업의 인력양성 방향

대표적인 해외 데이터 농업기술 개발 사례를 통해 전문 인력양성의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2000년대 초반 독일과 미국 등 선진 농업국들이 농업기계 전장 시스템 표준화 작업을 시작하였다. 트랙터 및 방제기 등에 연결 가능한 농작업기계의 상호 정보교환 방법을 다루었다. 이를 ISOBUS라 칭하며 20여 년이 지난 현재 대부분의 규격이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총 14개에 챕터로 구성되며, 통신선로 규격, 통신내용 규격 등 기계적 요소와 소프트웨어적 요소를 망라하여 구체적인 표준안을 제시하고 있다.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관계로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현재는 VDMA라 불리는 온라인 도서관에서 진행 중이다. 1132개의 기업체가 등록되어 활동 중이며, 이중 한국 기업은 20여 개이다. 총 376종에 이르는 농기계에 대한 표준 방법이 완성되었으며 진행 중이다. 농작업기계에서 계측이나 제어하는 과정에 필요한 데이터 정의를 DDI라 부르며 681종류에 달한다. 일 예로 가장 최근에 등록된 데이터는 방제기의 분무 노즐에서 방출하는 분무립의 크기를 정의하고 있다. 농작업기계 이용 시 기존에 전혀 고려되지 않았던 다양한 데이터들이 포함되어 있음을 뜻한다. ISOBUS를 준용한 농기계의 개발에 필요한 기술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농작업에 대한 이해, 농기계에 대한 이해, 전장 시스템에 대한 이해, 통신 시스템에 대한 이해 및 컴퓨터 언어를 이용한 프로그래밍이다. 데이터 획득을 위한 농기계 작동정보, 농업환경 및 작물에 대한 계측정보를 정의하고 있다. 전기회로 또는 유압회로를 이용하는 농기계의 제어를 위한 전장 시스템의 구성 및 결선방법도 포함되어 있다. 이 표준의 목적은 제조사나 제품 모델의 변경 또는 변화가 발생해도 기존 시스템의 활용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장점을 살리고자 참여국들의 표준 확산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수출을 목표로 하는 기존 농기계 개선, 신규 개발 시 ISOBUS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표준에서 제시한 정의를 따라 기업마다 새로 개발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따라서 충분히 검증된 오픈소스를 활용하면 개발 시간, 비용 등의 절감이 가능하다. 결국, 농기계를 개발하는 기업에 필요한 것은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으로 귀결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소재의 대표적 다국적 농기계 기업인 D사의 사례를 살펴보자. 기업에선 농기계 요소와 소프트웨어 요소 융합의 필요성에 따라 상응하는 전문가들의 협업을 기대하였다. 결과적으로 농업 및 농기계에 대한 상호 이해의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경험담을 전 세계에 공유하였다. 주목할 부분은 융합이 필요한 농기계 개발 시 농업 분야 전공자의 역할이다.

표준 그룹의 활동에 발맞추어 해당 기계 내부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 개발도 진행 중이다. ISOAgLib, IsoBus++, Python-isobus가 대표적이다. 표준문서의 분량이 800페이지 내외로 방대하다 보니, 해당 내용을 반영한 소프트웨어 개발은 오픈소스 그룹을 통해 개발되었다. 현재까지 개발 진행 중인 곳은 IsoBus++이며, 개발 프로그래밍 언어의 비중은 C++(89%), C(9.3%)이다. 소프트웨어 전공이 아니면 배울 기회가 드문 언어란 점이 또한 주목할 만하다.

데이터 농업기술 확산을 위한 인원에게 필요한 구체적인 역량을 살펴보았다. 우선 다양한 분야 융합이 필수적인 농기계 개발 시 농업분야 전공자의 도메인 지식이 중요하다. 구체적인 협업을 위해서 비농업 분야 대한 추가적 지식이 필요하다.

데이터농업 주도할 전문인력 양성정책 마련해야

◆국내 데이터농업의 인력양성 방향

대외적으로 이미 앞선 데이터 농업기술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인력양성의 현황을 살펴보자. 우선, 농업현장의 환경 데이터, 작물의 생육 데이터, 가축의 생육 데이터 획득을 위한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계측 대상과 종류에 따라 여러 종류의 센서들이 있으며 제조사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해야 한다. 아날로그 및 디지털 인터페이스로 연결된 센서의 신호를 중앙처리장치에서 해석하고 정량화한다. 연결의 과정에선 전자회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신호의 해석 시 프로그래밍이 요구된다. 정량화된 데이터 저장, 공유, 도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농업현장 상황을 고려하여 중앙처리장치를 단독 사용할 때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 기술이 필요하다. 모터, 솔레노이드 밸브, 유압 스위치 등의 엑츄에이터 제어를 위한 전장 시스템 설계 및 구성방법 지식이 필요하다. 장치 간의 원활한 데이터 교환을 위한 디지털 통신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며, 기본적인 통신 방법뿐 아니라 다양한 통신기법이 추가된다. 상당히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요소도 있으나 논외로 하겠다. 이처럼 요구되는 전문지식을 갖추기 위한 요소 학문을 다음과 같이 6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농작업기계, 농업기계설계, 트랙터공학, 프로그래밍, 마이크로 프로세서, 전자공학이다. 트랙터공학 교과목은 전장 시스템, 전자 이론, 유압 시스템 등을 기초 수준으로 다루고 있다. 국내 농기계 전공학과에 개설된 교과목 중 비농업 분야 교과목 개설현황을 <표2>와 같이 조사하였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대학에서 데이터 농업기술 구현에 필요한 요소 학문 들이 포함되어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 속도와 더불어 각 학문에서 다루고자 하는 전문지식의 범위와 대상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다. 이런 격차 해소를 위한 교육과정의 개선, 개발 등이 필요할 것이다. 전자공학의 경우 마이크로프로세서, 계측공학 등 교과목 연계가 가능한 이수모형 설정이 가능하다. 마이크로컨트롤러의 경우 날로 증가하는 처리장치 속도와 메모리 용량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운영체제가 일반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Linux라는 점도 졸업하는 인재들에게 부담인 것이 현실이다. 프로그래밍의 경우 다양한 컴퓨터 언어가 교육 중이다. 계측 및 제어뿐 아니라 전후 데이터 처리, 전산 수치 해석, 시뮬레이션 나아가 인공지능 학습 및 호출 등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그래밍 과목에선 여러 프로그래밍 언어 중 Matlab, Python이 주를 이룬다. 바이오인포매틱스 분야의 대표적인 데이터 분석은 염기서열 정보를 저장하고 있는 FASTA라는 형태의 데이터에 대한 검색이다. 세계 연구자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R’이라는 공개용 프로그래밍 언어의 성능을 C++언어와 비교하여 보았다. <표3> 그래프에 도시된 바와 같이 선택한 언어에 따라 검색 속도가 2배 이상 차이가 나며 검색 패턴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점점 커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프로그래밍 언어의 선택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 따라 신중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적절한 언어가 선택이 되면 타 학과 개설 과목 수강이 효과적일 것이다.

각기 다른 전공 학문이 하나의 이수 모형 속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고, 개별적으로 이수한 내용을 농업기술에 방향을 두고 승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융합형 실습, 현장 실습, 현장 인턴쉽, 계약형 학점제 등이 있을 수 있다. 강조한 바와 같이 농업분야 전공자의 도메인 지식을 기본으로 하는 융복합 트랙 운영이 적절한 대안으로 가능할 것이다. 농작업, 농기계, 전기, 전자, 프로그래밍에 대한 전반적 소양이 요구되는 인력 양성을 슬기롭게 이룰 수 있는 선도적 교육 모형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데이터농업 확산 위한 정책지원 강화

첨단농업기술 개발 및 확산의 최대 걸림돌은 언제나 농업분야의 시장규모이며, 새롭게, 갑자기 등장한 난관이 아니다. 따라서 기술한 교육적 측면과 아울러 정책적, 재정적 측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데이터 농업기술 분야의 기술격차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개방과 무한 경쟁에 노출되어 있는 농기계, 농자재 산업의 국제 경쟁력 약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기업과 현장의 수요기술을 교육과정과 연계할 수 있는 전문인력 양성정책이 필요하다. 이미 운영 중인 유사 인력 양성 프로그램 발굴, 부분 활용 전략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해외 데이터 농업기술 격차 해소 및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민·관·학·연 연합 컨트롤 타워도 추진할 수 있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 구축은 수요기업 인력 기술력 강화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런 정책들을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재정 확보, 투입은 계획적으로 지속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안정적 교육환경 조성과 생계형 피교육 인력을 고려한 재정 투입이 우선될 것이다. 산·학·연의 의도치 않은 중복투자 감시, 발견을 통해 건전성을 유지한다면 부수적으로 기술 공유 시장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후발, 영세기업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표준화 된 농업기술 보급을 위한 재원 투입이 필요하다.

후손들에게 안정적인 먹거리를 제공할 농업환경을 지키기 위한 글로벌 농업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 데이터 농업기술 확산이라는 어렵고도 험난한 숙제를 풀어 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교육적, 정책적, 재정적 대안 마련에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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