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한해 철도 선로 잡초제거를 해야 하는 전국 철도의 길이는 총 3295㎞에 달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직선거리의 8배가 넘는 길이이다. 코레일에서 철도 선로 잡초제거를 위해 투입하는 인원은 약 2만6000명 수준으로 대부분 낫과 예초기 등 인력에 의존해 제초작업을 해오고 있다. 코레일은 이 같은 비효율적인 인력낭비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기계식 굴착기와 무인 제초로봇을 활용한 잡초제거에 나서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코레일은 지난달 31일 충북 오송역 인근 선로에서 진행된 ‘한국철도공사 고속시설사업단 무인제초작업 시연회’를 개최했다. 또한, 이달 29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선로 제초작업 시범사업 추진을 통해 향후 기계화 비중을 높여가기로 했다. 코레일의 선로 제초작업 향후 추진과제에 대해 살펴본다.

무인제초로 인력·비용절감, 안전사고 예방…1石3鳥 

연간 수작업으로 2만6000명 제초작업 투입···무인기계 도입 시급해
선로 유지보수 인건비 선진국 대비 2~3배 수준···기계화 확대추진

▶국내 철도주변 제초관리
철도주변의 제초작업은 선로제표·신호기 투시불량을 사전에 해소하고, 배수 및 통풍확보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철도사고는 한 번의 부주의로 대형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철도공단 내규인 선로유지관리지침 제155조에 제초작업 기준을 정해두고 있다. ‘궤도상의 잡초제거는 적기에 시행하며, 배수와 미관을 양호하게 하여야 한다, 시공기면 및 시공기면 끝에서 비탈면 1m까지는 풀깎기를 철저히 하여 배수가 잘 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래서 코레일은 풀이 자라는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간은 전직원을 동원해 제초작업에 집중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철도공사 2022년 자료에 따르면 시설안전기술단의 주요업무 중 궤도보수(25.4%), 순회·선로검사(21%), 경비·기계관리(10.1%)를 제외하면 제초작업이 7.4%, 1만9820건으로 네 번째로 업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제초작업의 경우에는 선로주변의 경사각이 높고 장애물이 많아 대부분 낫과 예초기 등을 통한 수작업으로 제초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레일 인력이 투입돼 제초작업을 실시한 구역은 1409㎞(42.8%)에 달했으며, 제초제 사용이 1119㎞(34%), 도급이 499㎞(15.1%) 순이였으며, 굴착기를 활용한 기계식 제초는 268㎞(8.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주를 준 도급의 경우에도 대부분 인력이 직접 제초작업을 한 것으로 나타나 선로 제초작업의 90% 이상이 인력이 투입되는 수작업으로 잡초제거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성과급을 제외한 1인당 평균 연봉이 6720만원이나 되는 코레일의 주요업무가 제초 작업뿐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특히 이도날 예초기 칼날이 튀는 사고가 발생하자 직원들에게 낫을 나눠주고 하루종일 제초작업을 실시하게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시연회를 설명하고 있는 김광모 코레일 고속시설사업단장

철도 선로의 무성한 잡초를 무인으로 제초하고 있는 제초로봇

가파른 경사면도 무게중심이 하부에 있어 전도위험 없이 안정적인 제초작업

작업중간 경사면 제초작업 완성모습을 살펴보는 관계자

무인 제초작업 시연평가회 모습

경사면 위에서 바라본 무인 제초작업 모습

▶선로 제초작업의 기계화 필요성
선로 제초작업은 경사면이 가파르고 예기치 못하는 장애물이 산적해 기계화의 어려움이 따른다. 기존 바퀴타입이나 궤도타입의 보행형 제초기는 그동안 여러 차례 도입을 추진했지만 선로주변의 진입장애 및 경사면의 전복위험으로 도입이 무산된 바 있다.
손쉽게 등에 동력엔진을 매고 제초작업을 할 수 있는 배부식 예초기 사용이 일반화 되었지만 이마저도 2021년부터는 사용이 금지됐다.
2016년 예초기를 활용해 배수로 비탈면을 제초작업 하던 중 예초기날이 돌과 부딪쳐 돌이 비산하며 왼쪽 눈에 부상을 입는 사례가 있었으며, 2019년에는 예초기 날이 나무와 충돌하며 날 끝부분이 파손되며 작업자의 허벅지에 창상이 발생하는 사례도 있었다. 또한, 2020년에는 예초기 사용 중에 비산된 철근이 오른쪽 정강이에 박히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잦은 산업재해로 인해 코레일은 2021년부터 이도날 사용을 금지하고 낫을 이용한 수작업으로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
전국의 일반철도 선로 길이는 총 3295㎞에 달하며 이는 서울-부산 거리의 8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그렇다 보니 연간 제초작업에 투입되는 인력만 해도 2만6000명에 달한다. 제초작업이 필요한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간 집중적으로 많은 인원이 투입되어도 제대로 제초작업이 이뤄지기 힘든 구조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코레일은 전체 작업구간 중 3분의 1인 1061㎞(33.3%)에 대해서는 도급으로 해결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궤도보수비 감액에 따른 제초 도급물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급 비용은 ㎞당 210만원으로 일반철도 총 3295㎞를 도급으로 추진하면 약 69억원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인건비 상승 등의 이유로 도급물량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코레일은 굴착기를 활용한 기계작업의 비중을 2021년 268㎞에서 2022년 636㎞로 2.4배 확대하기로 하고 굴착기용 제초기를 24대까지 늘리기로 했지만 운행선 인접 차단작업 요구 및 굴착기의 제초작업 외 유지보수작업 우선 투입 등으로 굴착기 제초작업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의 ‘철도 안전체계 심층진단 및 개선방안 연구용역’에 따르면 국내 철도 선로 1㎞당 유비보수 인건비는 1억5600만원으로 독일(5800만원)에 비해 거의 3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프랑스(7100만원), 영국(9000만원)과 비교해도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코레일의 만성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효율성을 높이고 인력투입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초작업 기계화의 필요성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무인 제초기의 도입추진 및 향후전망
선로주변의 제초작업에 나서고 있는 작업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도입추진을 요청하는 것이 안전사고의 위험성을 줄인 무인 제초로봇의 활용이다.
장애물과 노면 요철에도 주행이 가능한 궤도타입으로 무게중심이 하부에 위치해 전도 위험을 줄이면서 원거리 리모컨으로 조종할 수 있는 제초로봇이 선로주변의 제초작업에 제격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시연회에서 선보인 무인 제초로봇은 리모컨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제초로봇으로 원거리 100~150m 거리에서 직접 제초과정을 살펴보며 정밀제어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75마력의 강력한 힘으로 요철과 경사가 심한 노면에서도 안정적인 등판력과 전도방지를 위한 무게중심의 하부위치로 지면 밀착력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T자형 스위칭 칼날을 통해 질긴 잡초는 물론 나무 밑둥, 자갈, 바위 등도 무리없이 파쇄가 가능해 제초작업에 적격인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리모컨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도 릴 케이블을 통해 수동으로 제초작업이 가능해 다양한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이 시연자의 설명이다.
코레일 고속시설사업단은 이번 시연회의 평가결과에 고무되어 이달 29일부터 12월 20일까지 시범사업을 추진해 사업평가를 통해 내년에 무인 제초로봇 추가도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연간 2만6000명을 동원해 낫과 예초기로 선로 제초작업에 나서왔던 코레일이 제초로봇을 통해 인력과 비용절감, 안전사고 예방까지 1석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정상진 기자  jsj1234@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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