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정현 전북 남원시의회 의원(前 한국중고농기계조합 이사장)

최근 노후농기계 폐차지원 시범사업이 추진되면서 중고농기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노후농기계 폐차지원 시범사업은 국정과제로 추진되고 있는 미세먼지 저감대책의 일환으로 노후된 경유 사용 농기계의 폐차를 유도해 미세먼지 관리를 효율적으로 추진해보자는 정책목표다. 사용연한 8년이 지난 노후농기계에 대해 폐기를 전제로 100만원~2249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중고농기계는 엄연한 국가자원으로 중고농기계 수출 등 자원재활용 가능성이 높음에도 무턱대고 폐기하는 것은 소중한 국가자원의 낭비라는 지적이다. 前 한국중고농기계유통사업협동조합(이하 중고농기계조합) 이사장을 역임한 김정현 남원시의회 의원을 통해 중고농기계 추진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들어봤다.(※본 인터뷰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을 준수해 진행되었습니다)

“중고농기계 지원정책 조속히 마련돼야”

‘중고농업기계유통센터’ 설립으로 수출·노후농기계 연계해결

우리나라 중고농기계 보유비중은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의 경우만 해도 전체 트랙터 보유대수의 20%가 사용연한이 지난 중고농기계였지만 지금은 10대 중 6대가 사용연한이 지난 중고농기계다.

2017년 기준 트랙터는 면세유 등록기준 2만6477대로 이중 1만5876대(59.9%)가 사용연한이 지난 중고농기계고, 승용이앙기는 7555대 중 3495대(46.2%), 콤바인은 6211대 중 3504대(56.4%)가 중고농기계로 파악되고 있다(농촌진흥청 김병갑 연구관 연구자료).

일본의 경우에는 1990년대부터 이미 정부 주도로 중고농기계 유통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해 물동량, 가격정보, 변동폭 등의 정보제공과 중고농기계 수출지원을 위한 보조사업들을 시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990년대 정부지원 중고농기계 상설판매장(민간 12개소)에 대한 일시적인 지원 이후 이렇다 할 중고농기계 관련정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중고농기계 관련규정이 마련된 것은 2012년 5월 「농업기계화촉진법」 개정으로 법 제8조의3 조항에 ‘중고농업기계유통센터의 설치·운영’이 신설되면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중고농기계의 필요한 정보의 수집과 실태조사, 중고농기계 유통의 활성화를 위한 필요사업을 하도록 명시됐다. 또한 「제8차 농업기계화 기본계획」에도 농기계이용률제고-중고농기계 재활용체계구축을 명시하고, 세부방안으로 중고농기계상설전시장 지원, 중고농기계 부품재활용, 중고농기계 품질보증 등을 추진과제로 포함하고 있다.

중고농기계는 자원의 재활용 측면뿐 아니라 적절한 수리와 관리시스템을 통해 수출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중고농기계 수출은 신품 수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출시장 개척에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또한 내수시장의 경우에도 경제적 부담이 큰 영세농가, 연중 가동률이 낮은 소규모 영농 등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중고농기계 관련 정책은 법 개정 후 10년 동안 아무것도 추진된 것이 없다. 기초적인 중고농기계 시장현황과 유통실태 조사도 이뤄지고 있지 않아 최근 노후농기계 보상가격 책정과 관련한 신뢰성 논란마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중고농기계조합을 중심으로 ‘중고농업기계유통센터’의 설립을 꾸준하게 요구해 왔다. 정책마련이 늦어짐에 따라 중고농기계조합 자체적으로 중고농업기계유통센터 부지와 관리동을 마련해 대비해 오고 있지만 10년째 관련정책이 표류하면서 회원사들만 사용료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제라도 중고농기계 관련정책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무엇보다 중고농기계 시장에 대한 국가통계부터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법조항에 명시된 ‘중고농업기계유통센터’ 설립이 추진돼야 한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10여년 전부터 준비해 온 중고농기계조합을 주체로 관련사업이 탄력을 받길 바란다. 당장 이 두 가지만이라도 추진된다면 중고농기계 수출문제와 노후농기계 처리문제는 연동되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농식품부에서 마련 중인 「제9차 농업기계화 기본계획」 사업마련에 있어서 중고농기계 수출과 관련한 구체적 실행계획이 포함되길 희망한다. ‘중고농업기계유통센터’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중고농기계 수출과 자원재활용,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노후농기계 폐차 등이 궤를 같이 하여 유기적이고 실효적으로 관리되길 간절히 바란다.

신두산 기자  sds3766@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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