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답(答)은 사람(人)입니다”

윤천영 회장이 꿈꾸는 농촌의 자화상은 농촌마을의 화목한 공동체 생활이다. 농촌고령화의 심화와 농촌 일손부족으로 예전의 소박하고 정겹던 농촌생활은 이제 옛말이 됐다는 것이 윤 회장의 주장이다. 

허리 휘도록 농사지어 자식들 공부시켜 도회지에 보내고 나니 이제 남는 건 낡은 시골집 마당에 놓여진 고장 난 트랙터와 구멍 난 장화 한 켤레. 대부분의 영세농들은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질병과 외로움을 운명처럼 안고 살아간다고 한다. 고령으로 인해 예전처럼 들녘에 나가 농사를 지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집안에만 있는 것은 적적함 때문에 더 견디기 힘들다. 자식들을 쫓아 도회지에 나가기도 하지만 오히려 마음이 편하지 못해 다시 시골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영세 고령농업인의 삶은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여유롭지 않다”고 말하는 윤 회장은, “농촌마을 여기저기 빈집들이 늘어가고, 가끔 눈에 띄는 사람들은 몸이 불편한 고령농업인들 뿐”이라며 “고령농업인들이 노후를 활기차고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는 마을단위 공동체그룹을 만들어 자율적인 공동생활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을단위 공동체가 영위할 수 있는 경영체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뒤따라 다양한 복지문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미래 고령화 사회의 농촌풍경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윤 회장은 앞으로 고령농업인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과 정책제안을 위해 남은 힘을 쏟겠다는 포부다. 윤 회장이 전농협에 발을 들여 놓게 된 계기는 지금부터 60여년 전의 일이다.

고등학생 시절 방학 중에 시골마을에서 경험한 4-H회(당시에는 4-H구락부) 참여가 계기가 돼 농촌을 계몽하고 농촌생산기반 발전에 기여해야겠다는 사명감을 느껴 농과대학에 진학하며 4-H활동에 헌신하게 됐으며, 1963년 전국농업기술자협회(당시 전국농업기술자연맹) 창립때 농대생의 신분으로 경기/서울지부 사무장으로 첫발을 디디게 됐다고 한다.

윤 회장은 1971년 8대 국회개원 시기에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근무할 때를 제외하고는 줄곧 전농협 활동에 평생을 받쳐왔으며, 2008년 제15대 회장에 추대된 이후 현재까지 전농협을 이끌어오고 있다.

전농협의 주요사업에 대해 윤 회장은 “친환경농업기술의 개발과 보급을 바탕으로 도.농 녹색교류사업과 국민농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하고, “농촌의 친환경농업교육, 농촌정보화교육, 평생교육 등 교육사업을 꾸준히 펼쳐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윤 회장의 재임기간 중에는 국제교류확대와 재한 중국동포인에 대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농촌에서 새희망 찾기’교육을 실시해 중국동포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말산업분야 창업인을 위한 양성교육과 귀농.귀촌 창업을 준비하는 교육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윤 회장은 “국민소득이 3만달러 수준이 되면 승마, 목장 등의 말산업이 발전하게 된다”고 전제하고, “선제적으로 말산업 육성정책과 맞물려 말산업분야 창업경영인력을 대상으로 양성교육을 실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최근 농촌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한 ‘귀농창업종합과정’과 ‘귀촌창업종합과정’은 귀농.귀촌 창업에 성공한 농업인들이 최고로 꼽는 교육과정으로 인기가 높다. 

이 과정들은 모두 농식품부와 농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교육비의 80% 가까이를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다.

“농촌과 도시는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주장하는 윤 회장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가야 상호소통하며 상생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고려할 때 국민농업, 협치농업으로 나아가야 건강한 도시, 건강한 농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협치농업의 배경에 대해 그는 “과거 주곡자급을 최고의 목표로 내세웠던 농촌이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미래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자조.자립의 의식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하고, “농촌이 단순히 농산물만 나오는 곳이 아니라 도시와 순환하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국민 모두의 열린공간이 될 때 협치농업이 실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이제는 도시와 농촌을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 윤 회장의 생각이다. 융.복합을 통해 산업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듯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삶의 질을 고려한 도심과 농촌의 교류가 빈번해지고 겹쳐져 경계의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제는 농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단언하는 그는 “농업은 단지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생산의 개념이 아니라 힐링하고 재충전하는 삶의 재창조 개념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최근에는 농촌, 농업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어 이, 삼십대 젊은 귀농.귀촌 교육생들이 늘고 있어 희망적이라는 것이 윤 회장의 전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농촌의 공동화를 막고 부가가치가 높은 농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엘리트 농업인 육성에만 정부의 정책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힘없고 소외받는 고령농업인들도 당당한 농촌의 주인공으로 참여하고 그 안에서의 역할을 찾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이 정부의 몫”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평생을 농업인들을 위한 농업기술보급과 농촌발전에 헌신해 온 그의 입장에서 보면, 그의 주장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우리 모두 6차 산업이다 고부가가치다 하면서 농업생산성에만 급급했지 농촌에서 자라 농촌에서 평생을 받쳐온 고령농업인들의 삶에 대해서는 너무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농촌의 답(答)은 사람(人)이라며, 고령농업인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과 정책제안를 위해 남은 힘을 쏟겠다는 그의 포부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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