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농기계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생존의 문제

【전문가 기고】 농기계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생존의 문제
- 강영선 충남대학교 교수

정부 역할 미루면 국내 농기계산업 붕괴

디지털 기반기술 확보 위한 R&D확대·기술고도화 위한 전문기관 필요
중국·인도 거센 추격 이미 국내기업 압도해···정부지원체계 고민해야

▶기술혁신은 시대적 요구
1987년 미 육군대학에서 처음 제시한 VUCA 개념은 오늘날 우리가 사는 시대를 잘 설명하고 있다. VUCA는 Volatility(변동성), Uncertainty(불확실성), Complexity(복잡성), Ambiguity(모호성)의 앞 글자 조합이다.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은 변동성이 크고, 불확실하며, 복잡하고, 모호한 세상으로,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의 지식과 경험을 뛰어넘어 새로운 상태로 진입해야 하고,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기술혁신이 있어야 한다. 현대뿐만 아니라 시대가 급격하게 변하는 시기를 VUCA시대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시대에는 기술적 혁신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는 농업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인구증가와 농업분야 기술혁신

디지털농업 구현에 필요한 기술

▶디지털농업의 핵심기술
인구증가는 식량증가를 요구한다는 측면에서 인구증가는 농업분야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인구증가 곡선에서 변곡점이라 할 수 있는 1930년대와 1960년대에는 식량증가에 대한 요구에 대해서 Hybrid corn과 녹색혁명 기술로 응답했다.
그리고 과거와 같은 인구팽창은 아니지만 세계인구가 100억이 될 때까지 두 번의 변곡점을 거칠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인구가 약 70억과 90억이 되는 2010과 2050년의 전후 시기에 새로운 기술 즉 기술혁신이 또 농업분야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다. 그리고 201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기술혁신은 디지털 농업이고, 2050년대는 미지의 New Technology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농업(Digital agriculture)은 독일농업협회(DLG)에 의하면 정밀농업과 스마트농업의 두 가지 개념을 통합한 농업 방식이다. 디지털 농업의 핵심은 data로부터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단순히 data의 활용성을 넘어서 data에서 실행가능한 정보와 의미있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핵심요소는 디지털화(digitization)이다.
디지털 농업을 농작업 측면에서 정리하면 센서 및 통신을 기반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Connected System에서 data를 수집하고, 이 data를 관리, 분석해 농업 solution을 도출하고 이 solution에 따라 해당 농기계가 농작업을 수행하는 농업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농업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Data수집을 위한 센서 기술, △연결을 위한 통신 기술, △위치인식을 위한 GNSS 기술, △Data 보안, 관리 및 분석 기술, △자율주행 등의 로봇 기술, △작업 및 관리용 software 기술 등이 필요하다.

2023년 Agritechnica에 출시된 중국·인도 제품

▶해외 각국의 디지털 기술개발 동향
해외 선진 기업들은 이미 디지털 농업 기술을 적용한 제품들을 상용화하고 있으며, Data 기반 농업 solution을 개발해 농업에서 완전 무인 자동화 단계로의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발표된 바와 같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존디어는 5년 연속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상을 수상하고 있다. 2021년 농기계 회사로서는 처음으로 자율주행 콤바인수확기(Combine harvester) 기술을 인정받아 로봇 부분 혁신상을 받았다. NewHolland 그룹의 자회사인 CASE社는 400마력 무인 자율주행 트랙터를 개발 시험 중이며, Kubota社는 2025년 수소연료전지구동 자율주행 트랙터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 기업들의 경우, 2023년 하노버 전시회에 TOPCON社와 TRIMBLE社 등 자율주행 제품 관련 글로벌 기업들에 도전장을 내미는 다수의 중국기업들이 참가했고, 인도 기업들도 자율주행 트랙터, 전기구동 트랙터 등을 전시했다. 그리고 중국의 Foton社와 같이 기술이 부족한 경우는 이탈리아 Arbos社를 인수해 유압자동변속기 장착 트랙터를 출시하는 등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고 있다.
기술개발을 위해 기술 수준이 높은 기업은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을 먼저 개발하기 위해, 추격하는 기업은 추격을 위한 기반 기술 확보를 위해, 그리고 필요하다면 M&A를 통해서라도 기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국내 농기계 기업들도 기술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최근 디지털 기술 관련 상용화 제품 출시가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해외 선진기업들과의 경쟁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의 기술이 우위라고 생각했던 중국과 인도의 추격에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 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 여기에 실패하면 그 결과는 명약관화해 국내 농기계산업의 붕괴를 의미한다.

▶디지털 기반 기술 확보를 위한 정부역할 중요
R&D의 기본은 기반기술 확보이다. 자체적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연구하고 개발하고 제작해 시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핵심기술을 조직내부에 상주시키는 것이다. 이는 많은 인력과 비용이 들어가고 결과물은 더디게 나온다.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기업의 쇠퇴로 이어진다. 제조 기업의 무기는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이고, 제품을 개발할 기술이 없으면 제품이 없고, 제품이 없으면 기업도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 그리고 연구개발투자 규모 등을 해외 선진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국내 기업들에게 자체적으로 필요한 연구개발을 수행하라고 요구하기에는 국내 기업들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기업의 생존은 기업의 노력에 달렸으나 적절한 정부의 역할도 필요하다.
디지털 농업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분야로 기술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여야 선진기업들과 경쟁이 가능하다. 중국·인도 등의 농기계 산업 기술 분야 후발 주자들도 선진 시장 진입을 위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 현황에 적극 대응하면서 R&D 및 정책지원 업무를 수행할 뿐만 아니라 국내 농기계 산업의 기술 고도화를 지원할 전문기관의 구축 마련에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또한, 디지털 농업은 데이터 기반 농업이다. 데이터는 표준화가 되어 있지 않으면 호환성이 없고, 호환성이 없으면 영역을 확장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도태된다. 과거 베타 대 VHS 경쟁, Mac OS 대 MS DOS 대결, Netscape 대 Explorer 대결은 대표적인 표준화 사례이다. 그리고 데이터의 보안도 아주 중요한 영역이다. 데이터가 보안성을 잃고 유출되면 피해가 심각하다. 이는 다른 분야에서 정보유출이 큰 피해를 부르는 것과 동일한 특성을 가진다. 데이터의 표준화와 보안에 대해서도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우리는 VUCA시대를 살고 있다. 농기계 기술도 현재는 디지털 기술이 중심이라고 하나 차세대 기술의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연구개발의 기본은 창의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방법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 따라가는 것은 그만하고 먼저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기술적으로 척박한 과거의 시대에서 선진기업들과 경쟁이 가능한 현재의 기술을 개발해 왔던 저력을 바탕으로 한국이 세계 농기계 산업의 중심이 되도록 기술의 혁신을 이뤄가야 할 것이다.

농축산기계신문 webmaster.alnews@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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