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에너지 이용효율 향상 위한 성과와 과제

【전문가 기고】 에너지 이용효율 향상 위한 성과와 과제
- 유인호 농촌진흥청 에너지환경공학과 연구관

시설주산단지 중심 스마트 에너지 기술개발 필요

기후변화로 냉난방 비용급증···에너지 공동이용 체계구축 추진돼야
이용효율 높이고 신재생 에너지 적극활용···설치비·운영비 절감추진

▶시설원예의 에너지 이용효율 중요성
현대의 시설원예는 계절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는 기술 및 자본 집약적 농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시설의 냉난방에 대한 요구가 크며 환경제어 역시 무척 어렵다. 스마트팜의 확산으로 환경제어의 범위가 과거 온도와 습도 중심에서 광(光), 가스, 기류 등으로 확대됐고, 이에 따라 에너지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폭염과 저일조 같은 이상기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농업시설의 냉방과 보광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상당한 추가 에너지를 요구한다. 또한,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대응하기 위해 시설농업은 기존의 화석연료 중심 구조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에너지 이용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농가 경영개선은 에너지 이용효율화에서부터
우리나라 시설원예 전체면적은 대략 5만5000㏊로 지난 20년간 5% 증가에 그쳤지만, 가온재배 면적은 같은 기간 62% 급증해 전체면적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난방 연료 중 유류가 차지하는 비율은 80%로 과도한 반면, 신재생에너지는 4.5%에 불과하며, 농사용 전기 사용은 급증해 11.5%에 달한다. 이와 함께 농가 경영비에서 광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40%로, 원예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광열비가 50% 증가할 경우 농가소득은 평균 9.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촌진흥청은 시설농업의 에너지 이용효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왔다. 이 기술들은 시설에 투입된 에너지의 손실을 줄이는 기술과 에너지 투입 자체를 줄이는 기술로 나눌 수 있다. 에너지손실을 줄이는 기술로는 부직포, 폴리폼, 화학솜 등의 소재를 여러 겹으로 누빈 보온재를 통해 기존 부직포 커튼 대비 46%의 난방 연료를 절감할 수 있는 ‘다겹보온커튼’이 가온재배 농가에 많이 보급되고 있고, 최근에는 항공우주산업에서 사용되는 초단열재인 에어로겔을 적용한 ‘에어로겔 보온커튼’이 개발돼 보온성능을 더욱 강화했다. 또한, 온실, 버섯사 등의 환기 시 내부공기와 함께 버려지는 열을 회수해 외부에서 유입되는 찬 공기를 가온하는 ‘열회수형 환기장치’와 온풍난방기의 연도를 통해 배출되는 300℃의 배기가스에서 열을 흡수해 난방효율을 높이는 ‘온풍난방기 배기열 회수장치’ 등의 기술도 현장에 보급되고 있다.
에너지 투입 자체를 줄이는 기술로는 온실의 난방온도를 조조가온-주간-일몰직후-야간으로 나눠 작물별로 적정온도를 유지하는 ‘변온관리기술’이 개발됐다. 또한, 낮 동안의 작물 광합성량에 따라 야간 난방온도를 제어하는 ‘일사감응형 변온관리기술’도 개발됐다. 국소 난방기술은 작물의 특정 부위, 즉 줄기 끝 생장점이나 뿌리 등 작물의 온도 민감기관을 집중적으로 난방하고 나머지 부분은 상대적 저온으로 관리해 에너지를 절감하고 생육을 개선하는 기술이다. ‘딸기 관부 국소난방 기술’은 딸기의 초기 수확량을 40% 증가시켰으며, ‘토마토 생장부 국소난방 기술’은 수확량의 저하 없이 난방연료를 24% 절감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작물의 재배환경 개선과 에너지절감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대형 온실용 ‘수직형 온실 순환팬’이 개발됐으며,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시설원예 농가의 에너지소비량을 예측함으로써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기준을 제시하고자 하는 ‘온실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도 개발됐다.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

에어로겔 다겹보온커튼

토마토 생장부 추종 국소난방시스템

딸기 하우스 광량 자동제어 보광 시스템

▶신재생에너지의 활용기술 개발 및 보급확대
농업용 히트펌프는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 활용기술로, 농촌진흥청은 농업용 수평형, 수직 밀폐형, 수직 개방형 지열 히트펌프를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이 기술은 유류 난방기 대비 70%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농사용 전기가격의 급등과 냉방수요 증가로 인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또한, 하천 제방 주변의 지하를 흐르는 여과수를 열원으로 이용하는 ‘강변여과수 열원 히트펌프’와 화력발전소의 온배수의 폐열을 활용하는 ‘화력발전소 온배수 폐열원 히트펌프’도 개발했다. 이외에도 네덜란드 등에서 활용하고 있는 계간 축열기술을 국내 지중환경과 온실에 최적화한 ‘지하수층 계절간 축열 온실 냉난방 시스템’을 개발해 농가를 대상으로 실증시험을 했다.
산업 폐열 활용을 위해 산업 폐열 위치정보와 기초설계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산업 폐열 분포지도 및 농업적 활용모델’을 개발했으며, 최근에는 태양광과 태양열을 동시에 활용해 태양에너지의 이용효율을 높일 수 있는 PVT(Photovoltaic-Thermal) 시스템을 이용한 온실 난방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그린수소 기반의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을 온실에 활용하기 위한 ‘수소 연료전지 3중 열병합 시스템’ 등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농업시설에 활용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기술은 지열 히트펌프 등을 제외하면, 개별농가를 대상으로 단위 기술을 적용한 형태로는 설치 및 운용 관련 경제성, 신재생에너지의 공급 불안정성 등으로 보급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대규모 주산단지를 대상으로 기존 에너지원과 신재생에너지를 아우르는 에너지 생산, 저장, 소비 모델의 제시와 이를 최적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에너지 그리드 기술의 개발 및 실증이 요구된다.

▶기후변화 대응한 에너지 효율적 환경관리기술

온실은 냉방부하가 난방부하보다 3배 가까이 커서 대부분 작물에서 온실 공간냉방은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농업용 히트펌프 역시 최대난방부하를 기준으로 용량을 설계하고 여름철에는 냉방부하가 작은 야간에만 냉방해 적산온도를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효율적인 냉방을 위해 농촌진흥청에서는 여름딸기 생산량을 20% 증가시킬 수 있는 ‘딸기 관부 국소냉방 기술’과 여름철 냉각 양액을 공급함으로써 상추 생산량을 40% 증가시킬 수 있는 ‘고효율 양액냉각기’를 개발했다. 또한, 사막기후에 적합한 온실모델 개발을 위해 반밀폐형 온실을 기반으로 히트펌프 냉방, 외부차광, 양액냉각, 기화식냉방(포그, 쿨링패드)으로 구성된 온실 냉방 패키지와 팬코일유닛의 응축수를 회수해 재이용하는 용수 절감시스템을 개발했다. 이와 함께 온실 습도에 따라 환기와 포그 시스템을 연동한 냉방기술을 개발했으며, 유리온실을 대상으로 지중열 히트펌프, 근권부 냉방, 차광스크린을 연동한 냉방 패키지 기술을 개발했다.
저일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시설원예의 보광은 고압나트륨등, 메탈할라이드등, LED 등이 사용되며, 자연광만으로 작물별 필요 광량이 부족할 때 광합성과 생육촉진, 장일처리 등을 목적으로 사용된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온실 내 광량 센서에 기반해 목표 광량의 부족분만 LED로 보광하는 ‘딸기 하우스 광량 자동제어 보광 시스템’을 개발하여 실증 연구를 하고 있다.
원예시설의 냉방과 보광은 모두 설치비와 운용비가 많이 소요되는 기술이며,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설치비 절감기술과 기상조건 및 작물의 생육상태에 기반한 최적 제어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에너지 이용효율화를 위한 노력 필요
국민소득의 증가로 고품질 신선 농산물의 수요는 꾸준할 것이며, 스마트팜 확산과 더불어 농가의 고부가가치 작물 및 작형에 대한 도전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기후변화의 심화와 이상기상 빈발로 시설 환경관리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는 모두 시설농업에 더 많은 기술이 투입되고 이를 뒷받침하는 에너지 소비 역시 증가할 것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농업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를 위해 화석연료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에너지 이용효율화 기술과 신재생에너지 활용기술의 개발 및 보급은 농가 소득증대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민·관·학·연의 연구개발 기관과 농업인단체, 산업체, 농가 간의 협력이 활성화돼야 하며, 정책적인 지원을 통해 기술개발과 보급이 더욱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

농축산기계신문 webmaster.alnews@a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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