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다산(茶山)의 3농(三農)에서 배우는 농업의 미래
            - 성제훈 경기도농업기술원장

지속 가능한 농업이 되기 위해 정부의 역할 중요
농업환경 개선(便農)·농업소득 보장(厚農)·농업가치 존중(上農) 기반해야
234년전 제시됐던 농정방향 지금과 다르지 않아···정책·대안제시 필요해

온갖 곡식이 익어가는 가을이다. 씨앗을 뿌리고 가꾼 노고를 보답받는 결실의 계절이지만, 농업인들의 마음은 그리 편하지 못하다. 이는 200여 년 전에도 비슷했다. 타락한 관료들과 불안전한 농정으로 조선은 경제적 후진성을 면할 길이 없었다. 농업부문도 질적, 양적으로 발전이 더뎠고, 배고픔에 지친 농민들은 삽과 쟁기 대신 죽창을 들고 타락한 관리들에게 대항하는 등 사회가 혼란스러웠다. 이러한 혼란한 상황에서 농민을 사랑했던 정조대왕은 1790년에 왕명으로 널리 농업을 발전시킬 방안을 찾아나섰다. 당시 황해도 곡산부사로 있던 다산이 이에 응하여 올린 상소가 응지론농정소(應旨論農政疏)이다. 말 그대로 교지에 응하여 농정에 관해 논한 상소란 뜻이다. 
다산은 응지론농정소를 통해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농업환경 개선과 농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혁신적인 농업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농업은 노동력에 있어서 공업보다 힘드니 편농(便農)이 필요하고, 농업에서 얻는 이익이 상업에서 얻는 이익보다 박하니 후농(厚農)이 필요하며, 농민의 사회적 지위는 그 수고의 정도에 비해 낮으니 상농(上農)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농업인들이 원하는 것은, 지금으로부터 234년 전에 나왔던 상소문에 있는 3농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3농에 비춰 농업인의 마음을 달래본다.

◆편농(便農)
다산의 3농 정책 중 첫 번째인 편농은 농업환경을 개선하여 농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농업이 국가경제의 근간임을 인식하고, 농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큰 틀에서 스마트농업이 바로 그 해결책이다. GPS와 드론 기술을 활용하여 농작물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곳에만 비료와 물을 공급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는 농업기술이다. 스마트농업은 노지, 축산 등에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정부는 2027년까지 농업생산의 30%를 스마트농업을 통해 생산하고자 한다.
스마트농업은 규모화를 통해 적은 노력으로 더 많은 수확을 얻을 수 있어 농업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환경제어가 가능한 시설에서 농작물을 재배함으로써 소비자 맞춤형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고, 소비자의 건강과 연계하여 무궁무진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정밀농업을 통해 화학비료와 농약의 사용을 최소화하여 환경오염을 줄이고, 물과 에너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지속 가능한 농업을 실현할 수 있다. 이는 곧, 갈수록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가 세지는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환경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음을 뜻한다. 이를 통해 농작물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수확을 가능하게 한다. 
우리나라 농민 비율은 4.0% 수준이고, 평균연령은 65세 이상이며, 평균 경작면적은 0.5㏊에 머물고 있다. 한마디로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이를 스마트농업으로 해결할 수 있다. 자동화된 농기구와 데이터 기반 농업관리를 통해 농민들의 노동강도를 줄이고, 농작업의 효율성을 높여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서면 청년농을 유입시킬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다산 정약용의 편농 정책은 농업환경을 개선하고, 농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현대에는 스마트농업으로 구현되어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농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들 수 있다.

◆후농(厚農)
후농은 농업소득을 높여 농민들이 경제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산은 농업이 국가경제의 근간임을 인식하고, 농민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제시해야 함을 강조했다. 다산은 소득 높은 작물재배를 통해 농민들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했고, 동시에 정부가 농업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하여 농민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다산은 농업소득을 높이기 위해 농업의 상업화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다산은 농업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농민들이 농작물을 보다 쉽게 판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스마트농업을 통해 노지에서와 똑같은 상추를 재배해서는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초기자본이 많이 들어간 스마트농업은 다른 농법과의 차별화를 통해서 수익을 내야 한다. 예를 들면, 온도와 습도를 최적으로 제어하여 육질이 연한 상추를 만들었다면, 저작작용이 곤란한 환자식으로 판매하는 차별화가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고부가가치 작물을 재배하거나 유기농 작물, 특용 작물 등을 스마트팜에서 재배함으로써 소득을 높여야 한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에 대응하여 새로운 품종과 재배법을 개발해야 한다. 이러한 기술개발은 정부가 주도해야 하고, 산업체와 공동으로 추진해서 곧바로 실용화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는 생산자의 농업이 아닌 소비자의 농업이 필요하다고 한다. 생산과정에서부터 소비자가 필요한 것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예로, 벼 품종 개발의 방향도 바뀌어야 한다. 기존에는 갓지은 밥을 먹었을 때 차지고 식감이 좋은 쌀이 육종방향이었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식어도 밥맛이 좋은 벼 품종을 개발하여 삼각김밥 등 간편식 시장에 발을 맞춰야 하고, 백미 위주에서 현미식 전용 벼 품종을 개발하여 건강지향 식품 트렌드에도 부응해야 한다. 앞으로는 건강 기능성을 더한 신개념 벼 품종 개발로 미래 밥상을 준비해서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그래야 농업에서 돈을 벌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다산 정약용의 후농 정책은 농업소득을 높여 농민들이 경제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농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궁극적으로 사회의 안정성을 높여 국가 경제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상농(上農)
다산 정약용의 3농 정책 중 세 번째인 상농은 농업의 지위와 가치를 높여 농민들이 존경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산은 농업의 지위를 높이기 위해 농민들이 농업에 종사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곧, 농민의 사회적 지위는 그 수고의 정도에 비해 낮으니 상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농의 한 사례로, 경기도는 농업인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을 높여드리고자 농업전문경영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서류심사, 현장심사, 심의회 등 엄격한 절차를 거쳐 새로 농업전문경영인으로 선정하고, 선정되신 분들께는 도지사가 인정한 명패를 농장앞에 달아드린다. 동시에, 이분들의 성공사례가 다른 농업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농업경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농장을 소개하는 책자 발간, 청년농업인들과 품목 네트워크 강화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듯, 농업전문경영인 제도는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을 한껏 뽐낼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좋은 제도이다.
농업전문경영인 제도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전문가로서의 이분들의 노하우가 후배 농업인들에게 효율적으로 전달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트렌드에 맞게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는 디지털영농일지를 만들어 농업전문경영인에게 보급하고 있다.
디지털영농일지는 농업전문경영인이 농사지으면서 하는 모든 행위를 말로 하면,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분리해서 디지털영농일지를 만들어준다. 그 디지털영농일지를 1년 동안 모아 분석하면, 특정 농업전문경영인의 노하우를 담은 명장 모델이 만들어진다. 이 명장 모델을 농가에 보급하면, 누구든지 최고 기술을 구현해낼 수 있다. 수많은 명장 모델이 만들어지면 농사에 대해 잘 모르는 귀농·귀촌하시는 분들도, 자신에 맞는 명장 모델을 골라 활용함으로써 농업전문경영인의 반열에 들 수 있다. 농업전문경영인은 자신의 명장 모델이 더 많이 활용되기를 바라면서 더 많은 노하우를 디지털영농일지에 담으려고 노력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농업전문가의 자부심을 높여드리고, 동시에, 지속가능한 농업기술 데이터를 구축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실천하는 ‘상농’이다.

◆3농에서 배우는 지혜
다산의 편농 정책은 농업환경을 개선하여 지속 가능한 농업을 추구했다. 현대 사회에서도 지속 가능한 농업은 중요한 이슈이다. 환경 친화적인 농업 기술과 자원관리 방법을 통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자연을 보호해야만 농업이 지속 가능해진다.
후농 정책은 농업소득을 높여 농민들이 경제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즉, 식량안보 차원에서 농업의 가치를 인식하고, 농민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농업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면서 국가 경제의 한 축으로서의 역할을 다 해야 한다.
상농 정책은 농업의 지위와 가치를 높여 농민들이 존경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현대 사회에서도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농민들이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농업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 농민들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다산 정약용의 3농 정책은 현대 사회에서도 많은 교훈을 제공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지속 가능한 농업, 식량안보 차원의 농업가치, 농업인의 사회적 지위향상을 통한 청년농 유입 등은 우리사회가 유지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이를 위해 현재 농업에 종사하는 농업인이 3농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이를 보고 청년농들이 농업으로 들어올 수 있는 다양한 정책과 대안제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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