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밭농업기계의 개발동향 및 발전방향
  - 이상봉 국립농업과학원 밭농업기계화연구팀장

스마트 밭농업기계의 필요성 점차 증가
핵심 요소기술의 표준화·데이터 관리기술 연구강화로 밭농업 환경변화
다양한 작물적용 범용 밭농업기계·복합작업형 농기계 등으로 개발확대

▲양파수집기

◆의존도 높아지는 농업기계화
‘쌀 미(米)’에는 벼를 수확하려면 농부의 손길이 88번이나 필요하다는 뜻이 담겨 있고, 농작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옛말까지 있다. 그만큼 농작물을 심고 수확하기까지 농업인들의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우리 농촌 인구는 2000년 403만명에서 2020년 231만 명으로 감소했으며, 고령화는 심해져 65세 이상 고령 농업인의 비율이 2020년 42.3%에 달하고 있다. 농촌지역의 인력 부족은 더 심화되고 있어 10년 뒤에는 농기계 없이 농작업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된다. 또한, 농작물 생산비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농업인의 부담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렇듯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농기계 없이는 농사를 짓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주식인 쌀의 경우 1980년대부터 기계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여 경운정지, 이앙, 방제, 수확, 수확 후 처리 등 모든 생산 과정이 기계로 이루어져 2022년 벼농사 기계화율은 99.3%에 달한다. 이제는 농촌에서 벼를 손으로 심고 수확하는 것은 볼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마늘, 양파 등 밭작물은 2010년대부터 중점적으로 기계화가 추진되어 기계화율이 2010년 50.1%에서 2022년 63.3%로 높아졌지만 아직도 많은 농작업이 인력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벼농사용 기계를 이용하는 경운정지, 방제 작업의 기계화율은 높은 반면 노동력이 많이 드는 파종·정식, 수확 작업의 기계화율은 12.6%, 32.4%로 부족하여 실제 농업인이 체감하는 기계화 정도는 더욱 부족한 상황이다.

◆마늘·양파 등 기계화 재배모델 개발·실증
지난 2010년부터 농촌진흥청은 재배면적이 많은 마늘, 양파, 무, 배추 등 주요 밭작물을 대상으로 종자를 심고 수확하기까지 모든 작업을 기계로 할 수 있는 밭작물 생산 전(全)과정 기계화 기술을 개발하였다. 현재까지 마늘, 양파, 무, 배추, 감자, 고구마, 콩, 참깨, 들깨에 대한 전과정기계화 기술이 개발되었다. 하지만, 밭농업기계화는 여전히 미흡하다. 농업 현장에서는 농기계 이용 시 재배기술과의 연계 부족, 농기계로 수확한 농산물에 대한 수확 후 저장 기술 부족 등이 기계화를 꺼리는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농촌진흥청에서는 2023년부터 중요도가 높은 마늘, 양파를 우선으로 ‘재배기술-농기계-수확후 저장 기술’ 이 연계된 종합 기계화 재배모델을 개발하여 실증하고 있다. 재배기술에는 표준 재배양식, 무피복 재배기술, 육묘기술 등이 포함되며, 수확 후 기술에는 예건, 저장 기술 등이 포함된다. 마늘·양파를 시작으로 배추·감자 등으로 기술 개발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양파용 휴립피복기

▲수집형 마늘수확기

▲조파식 마늘파종기

▲점파식 마늘파종기

◆복합작업형·범용 농기계 개발주력
대표적으로 마늘의 경우 파종을 위해 통마늘을 쪽으로 분리하는 ‘쪽 분리기’, 두둑을 만들고 비닐을 덮는 ‘휴립피복기’, 분리된 마늘쪽을 심어주는 ‘파종기’, 수확할 때 마늘 줄기를 잘라주는 ‘줄기절단기’, 땅속의 마늘을 굴취하는 ‘굴취형 수확기’, 굴취된 마늘을 수집하는 ‘수집기’를 개발하였다. 또한, 두둑폭 120cm를 기계화 표준 재배양식으로 설정하였으며, 기계화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하는 무피복 재배에 필요한 동해방지, 물관리, 잡초관리 기술 등을 개발하였다. 수확 후 저장 기술로는 차압송풍 예건, 철망팰릿을 이용한 저온저장 기술 등을 개발하였다. 이 기술을 이용할 경우 기존 인력 작업보다 노동력은 79%, 생산 비용은 74%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농기계의 이용도를 높이기 위해 하나의 기계로 여러 작업을 할 수 있는 복합작업형 농기계와 다양한 작물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 농기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기존에 개발되어진 밭작물 기계에 대한 성능향상 및 현장실증 연구를 추진하여 개발된 기계의 보급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국정목표인 2026년 밭농업기계화율 77.5%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적으로 연구를해 나갈 계획이다.

◆스마트 농업기술로의 발전 기대
앞으로는 밭농업의 생력 기계화를 넘어 스마트농업으로 변화하기 위한 스마트 농기계 연구가 필요하다. 스마트농업은 포장 내 생육 및 수확량 등 정보를 파악하여 맞춤 처방을 내림으로써 비료, 농약 등 투입자원은 최소화하면서 농산물 생산성은 높여주는 기술이다. 
스마트농업에 구현을 위해 자율주행 기술, 지능형 농작업기 등 많은 필수 요소들이 있다. 이 요소들이 상호 연계되어 작동하기 위해서는 본기와 작업기가 상호 연동되어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통신 네트워크 구축은 필수적이다. John Deere 등 국외 농기계 선진사들은 ISOBUS 기반의 ECU 등을 상용화하여 트랙터와 다양한 작업기에 적용하고 있다. 반면, 국내 주요 제조사인 LS엠트론, 대동공업 등은 트랙터 및 작업기 제어시스템 적용을 추진하고 있으나, 표준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여의치않은 상황이다. 통신 표준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농촌진흥청과 같은 정부 연구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트랙터-부착작업기 간 통신 표준(ISO11783)을 적용한 ECU 개발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며, 자율농작업을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농작업기에서 데이터를 취득하고, 제어하는 기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스마트농업을 통해 농가 소득은 늘고 농촌은 쾌적하고 일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뀔 것이며, 농업인의 삶은 더욱 윤택해질 것이다. 물론 새로 농촌으로 유입되는 경험 부족한 귀농인들이 더 쉽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해 귀농인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도 얻을 수 있으며, 안정적으로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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